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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키우기2 (공격성, 기질, 가점방식)

by homepedia 2026. 4. 15.

아이의 문제 행동 뒤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아들이 친구에게 맞고 집에 들어오던 날, 처음으로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공격성, 내향성, 느린 발달 속도.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일 수 있다는 사실, 그걸 부모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아이의 자존감을 결정합니다.

아들의 공격성은 선택이 아닌 기질입니다

아들이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친구에게 맞았다고 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부모 입장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더군요. 다행히 몸에 상처는 없었지만, 그 친구가 다른 아이들도 자주 때린다는 말을 들으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도 어렸을 때 친구들과 장난으로 때리고 맞으며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게 그냥 노는 방식이었습니다. 부모 입장이 되고 나서야 그 장면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행동의 근원을 이해하려면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알아야 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 호르몬의 하나로, 태아가 XY 염색체를 가질 때 이미 자궁 안에서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입니다. 즉, 남자아이가 공격적인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태어나기 전부터 형성된 성향으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 초등학교에서 공격적인 놀이가 폭력성을 키운다는 연구를 근거로 피구를 전면 금지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3년 추적 조사 결과 학교 폭력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소폭 증가했습니다. 공격성을 억누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이의 공격성을 무조건 막으려 하기보다, 그것이 왜 나오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향적인 아이를 바꾸려 하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저희 아들은 저를 많이 닮았습니다. 집에서는 말이 많고 활발한데, 밖에 나가면 조용해집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친구들과 축구도 하고 뛰어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니, 저도 대규모 무리보다는 두세 명의 친한 친구들과 조용히 어울리는 걸 더 좋아했습니다. 그게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습니다.

 

내향성(introversion)이란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로, 외향성보다 에너지 소모가 빠르기 때문에 낯선 환경에서 쉽게 지치고 위축되는 성향입니다. 이것은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뇌가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수전 케인(Susan Cain)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30~50%가 내향적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단점이 아닌 하나의 정상적인 기질 범주에 속합니다(출처: Susan Cain, Quiet Revolution).

 

문제는 아이가 이 기질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게 될 때 생깁니다. "왜 이렇게 소심하니", "남자답게 좀 굴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 아이는 기질을 고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숨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수치심(shame)이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으로, 단순한 죄책감과 달리 자아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깊은 심리적 상처입니다. 아이가 이 수치심을 내면화하면, 훗날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아이가 됩니다. 그게 진짜 두려워해야 할 상황입니다.

언어 발달이 느린 아이, 강요가 문제입니다

남자아이는 평균적으로 여자아이보다 언어 발달이 느린 편입니다. 언어 발달(language development)이란 단순히 말을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어휘 습득, 문장 구성, 의사소통 능력이 종합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속도의 차이는 뇌량(corpus callosum), 즉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 다발의 발달 속도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국립국어원).

 

부모 입장에서는 책도 읽어주고, 말도 많이 걸고, 다양한 자극을 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이 자체는 좋은 시도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좋은 의도가 강요로 바뀌는 순간, 아이에게 배움은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것이 됩니다.

 

아이 교육은 말을 물가로 데려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가까지는 데려갈 수 있어도 억지로 먹일 수는 없습니다. 억지로 먹이려는 순간, 아이는 물 자체를 싫어하게 됩니다. 아이가 "미술이 싫어요", "책 읽기 싫어요"라고 말하게 되는 것, 그게 가장 큰 손실입니다. 배움에 대한 욕구 자체가 꺾이는 것이니까요.

 

내향적이고 언어 발달이 다소 느린 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말을 못 한다고 재촉하지 않고, 충분히 기다려주는 시간을 확보한다
  • "원래 발표는 어려운 거야"처럼 아이의 어려움에 먼저 공감해 준다
  •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서 말문이 트이도록 그 주제로 대화를 유도한다
  • 억지로 시키는 것보다 부모가 먼저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점방식 대신 가점방식으로 아이를 바라봐야 합니다

육아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두 가지 시선이 있습니다. 하나는 감점방식(deficit-based view)으로, 아이를 100점 만점에서 출발시켜 잘못할 때마다 점수를 깎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점방식(strength-based view)으로, 0점에서 출발해 아이가 무언가를 시도할 때마다 점수를 더해가는 관점입니다.

 

감점방식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설레기보다 두려움을 먼저 느낍니다. "못하면 평가가 나빠질까 봐" 시도 자체를 회피하게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를 걱정해서 미리 가르치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시선 자체가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점방식은 단순히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바라볼 때 "이거 하나만 고치면 좋겠다"는 생각 대신, "이 아이의 강점은 뭘까"를 먼저 떠올리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아동심리 전문가들도 아이의 강점을 먼저 발견하고 강화하는 강점 중심 접근법(strengths-based approach)이 아이의 자존감과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란 어려운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심리적 힘을 의미합니다.

 

제 경험상 아이의 기질을 억지로 바꾸려는 시도는 대부분 역효과를 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옆에서 관찰하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살피되, 기질 자체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결국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를 원하는 모양으로 빚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모양을 제대로 보는 일인 것 같습니다. 부모가 먼저 아이의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아이도 자신을 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들이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저한테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는 것, 그게 지금 제가 가장 바라는 것입니다. 아이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보다, 아이의 가능성을 먼저 보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oeYcwLukk&list=PL5Tbxq0BhYjTEHk-3sQf92K544o0-pThQ&index=33